마이 북 마이트

창작 그림책- <엉터리 집배원>

울림J 2016. 8. 9. 12:09

  <엉터리 집배원>

 

  창작 그림책으로는 첫 번째... 그림책으로는 두번째다.

  수묵담채로 그렸다.

  본래 서양화 붓과 물감을 사용하는

  나로서는 다소 낯선 그림 형식이다.

  오랜 친구인 김모 시인으로부터

  먹과 한지 쓰는 법을 전수받아

  채 반년도 안돼서 그려본 것이라 미숙한 데도 있고,    

  그림체가 아직 영글지 않은 느낌도 있다.

  그래도 독자 반응이 좋으니 다행한 일이다.

 

  아래 글은 예스24의 독자리뷰에 실린 어느 독자의 후기인데

  나보다 더 잘쓴 거 같아 올려본다.

  이분 아이디가 ‘hjka80’ 인데

  허락도 없이 스크랩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미리 전한다.

  그리고 감사하다.

 

 

  책의 첫장을 넘기면 보이는 매곡우체국... 내 고향 시골마을의 우체국을 모델로 삼았다...ㅎ

 

 

  -다음은 아이디 hjka80님의 독자 리뷰-


<엉터리 집배원>이란 책을 소개 하기에 앞서

이 책을 보면 문득 생각나는 저의 일화가 있어서 소개해 볼까합니다.

 

고3때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을 12시까지 해야해서 혼자 자취를 했었는데,

제가 자취했던 곳이 <엉터리 집배원>에 나올 법한 쓰러져가는 집에

노인분들만 사는 시골마을이었습니다.

고2 겨울방학 때 읍내에서 외곽의 한적한 곳으로 학교가 이사를 갔기 때문에

나도 뜻하지 않게 학교 가까운 시골 마을의 마을회관 방에서 자취를 하게 된 것입니다.

 

 

 

 

봄에 마을회관 옥상에 올라가 저 멀리 산아래를 보면

푸른 보리밭이 바람결에 파도처럼 출렁거리고

민들레, 제비꽃, 유채꽃이 온 마을을 장식하던 5월의 봄.

참 조용하고 한적한 아름다운 시골마을이었습니다.

 

 

제가 살던 마을회관 앞에는 오래된 집이 있었는데,

거기에 할머니 한분과 똥강아지가 살았습니다.

낡은 기와에 허물어져가는 돌벽담, 흙벽에 나무 대문으로 된 오래된 집.

대문을 들어서면 안마당 한쪽에 파, 마늘 몇뿌리 심어져있었지요.

할머니에게 인사라도 드리려면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습니다.

할머니가 저를 보면 손주 생각에 예쁘다며 손을 쓰다듬고 놓아주질 않으며

삶의 푸념을 늘어 놓으셨기 때문이지요.

자식들은 대전서 사는데 손주가 외국 유학 보내달라고 떼를 쓴다는 이야기도 하셨지요.

해질녘이면 대문간에 강아지들과 할일없이 쪼그려 앉아계시기도 했기에

저와 몇번 마주치곤 했죠.

하루는 며느리가 생선 네 마리 사다준 것을 두마리 남겨 절 주시기도 하실 정도로

저에게 참 살갑게 대해주셨어요.

평소 할머니는 외로워 보이셨고, 가끔 저와 이야기 나누면서

그 적적함을 달래곤 하셨던것 같습니다.

 

 

 

어느 날 국어 시간에 선생님께서 시를 한편 지어오라고 숙제를 내주셨는데

그 때 지은 시 <할머니와 똥강아지>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그때 시를 국어선생님께 보여드리자 '평소 글 좀 쓰는 것 같다'고 칭찬을 받아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엉터리 집배원> 이 책을 보니 고3때 그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이제 그 아름다웠던 마을은 다시 볼 수 없어서

더욱 아련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몇 년 후 그곳에 이차선 도로가 생겼거든요.

제가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밤12시에 혼자 걸어오다 보면

하루 한집씩 빈집들이 부셔져 있곤 했었는데

그때 부터 도로공사를 준비하고 있었던 거였어요.

  

 

이렇게 산골 마을에 '병든 도둑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잠든 집'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 '고목같이 늙은 할멈'이 살고 있습니다.

집과 할머니를 병든 도둑고양이와 고목으로 표현한 부분이

참신하면서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머니가 그토록 기다리던 아들은 왜 살아생전 어머니를 찾아오지 않았을까요.

할머니의 사연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제가 비슷한 경험을 해서 그런지, 짧은 책인데도 불구하고 참 많이 공감되고

몇장 안 되는 그림책에 이런 사연을 깊이 있게 다뤘다는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런 가슴 절절한 사연이 짧은 글로 담담하게 써 있어서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 한구석이 먹먹해지게 하네요.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어릴적 일기장에 베껴 적어둔 바로 그 자작시,

<할머니와 똥강아지>를 우리 아이에게도 읽어주었어요.

엄마의 사연까지 더해지니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앞부분을 다시 넘겨보며 이야기를 재구성 해보기도 하고,

추측을 다시 해보게 되기도 하고 그러네요.

 

 

요즘 아이들에게는 집배원이 그리 친숙하지 않지만,

우리 어릴 적만 해도 집배원 아저씨의 오토바이 소리만 들어도

그렇게 반가울 수 가 없었죠.

할머니의 희망을 지켜주고 싶어서 선행의 거짓말을 한 거였습니다.

내용뿐만이 아니라 그림도 소박하면서 정겨운 부분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왜 제목이 '엉터리 집배원'인가 궁금했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그 이유를 알겠습니다.

여러분도 궁금하시다면 책장을 넘겨보시기 바랍니다.

행복을 배달하는 집배원 아저씨의 따뜻한 이야기...

지금까지의 그 어떤 엉터리 집배원의 이야기보다 슬프고, 감동적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지만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 같은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