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소소한 이야기

여기다 이런 자랑질 해도 될까나..?

울림J 2016. 6. 18. 23:23

  어릴 적 시골서 오래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나무나 숲이 좋고, 그런 길 산책하는 게 나에겐 최고의 휴식이다.

  그래서 동물은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집안에 화분 한두개쯤은 늘 키운다.

  물론 화분이래봤자 오다가다 트럭이나

  화원에서 파는 기껏 몇 천원짜리 간이 화분... .

  사본 사람들은 알지만 그것들 집안에서 키우기가 그리 만만찮다.

  나름 공을 들여봐도 한철 꽃 보고 나면 죽어버리기 십상이다.

  실내의 열악한 환경을 식물이 견디지 못하는 것일 게다.

  내 방에서도 그렇게 죽어간 화분이 수없이 많다.

  그래도 철만 되면 한두개씩 사다가 버리기를 해마다 되풀이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늘날까지 꿋꿋하게 버티는 화분이 하나 있다.

  아주 오래 전, 정확히는 10여년도 넘은 거 같다.

  이사를 꽤나 다니던 시절이었다.

  하루는 친구가 집들이 선물이라며 난 화분을 들고왔다.

  집에서 키우던 건데 잎이 무성해 분갈이를 해온 거란다.

  처음엔 이것도 적당히 살다가 죽겠거니 했다.

  그래서 여느 화분처럼 무심히 물만 주며 키웠는데

  해마다 봄만 되면 새줄기가 나오는 거다.

 

  어느 날 문득 그 화분을 물끄러미 보다가

  너무 고맙고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별로 해준 것도 없는데

  내 곁에 씩씩하게 살아남아준 게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그래서 어느때부터인가 더 신경 써서 물도 주고

  영양제도 주니 줄기가 갈수록 무성해졌다.

  내친 김에 그 어렵다는 난꽃을 피워야지, 하는 욕심까지 부리게 되었다.


  하지만 내 얘기를 들은 친구가 단번에 내 의지를 꺾어놓았다.

  그 난 절대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자기 집에도 엄청 세력이 왕성하고,

  어머니가 정성껏 키우지만 이제껏 한번도 꽃을 피운 적이 없다고...!!!

  처음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애써 부정했지만

  이삼년 키워보니 친구 말이 맞구나, 싶어서 반쯤 포기를 했다.

  그런데 올해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지저분하게 뻗은 줄기를 말끔히 정리한 뒤 새줄기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좀 이상한 게 눈에 띄는 거다.

  이게 뭘까 호기심을 가지고 눈여겨보자니

  세상에 이럴 수가... 점점 자라면서 꽃대가 나오는 거다.

  그게 꽃대인 걸 아는 순간 너무 좋아서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리고 드디어 꽃을 피웠다.

  여느 난처럼 꽃이 예쁘거나 화려하지도 않다.

  너무 밋밋해서 난꽃이 뭐 이래, 싶은 느낌도 있지만

  어느 부모가 자식이 남들만 못하다고 귀하게 여기지 않겠는가!

  내 눈에는 너무 이쁘고 기특하고 대견하고 사랑스럽다.


  남들 눈에 시답잖게 보일 수도 있지만

  혼자 좋아하는 게 너무 아까워서

  열일 제치고 동네방네 자랑질이 풍년이다.

  친구에게 제일 먼저 자랑질을 하니,

  자기도 처음 봤다며 기적 같은 일이고 인간승리란다.

  뭐 이깟일로 그런 찬사를...ㅋ

  그저 자랑질로만 그치면 남들에게 눈총을 받을 수도 있으니

  이 상스러운 기운을 좀 나눠줘야겠다.

 

  제가 이 글에 마법을 걸겠으니...

  이 글을 읽고 난꽃을 감상한 모든 분들에게

  십여년 만에 꽃을 피운

  이 기적의 난이 보여준 좋은 기운을 드릴 테니 마음껏 받아안으시길...^^

  그리하여 이 난처럼 그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염원하는 일들을 모두 이루어주시압!!!!!

  

    난의 꽃대가 막 올라오기 시작.

 

    난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

 

    난꽃치곤 다소 볼품이 없고 밋밋하지요...ㅎㅎ